일단 시작하고 볼 일이다
집 근처의 성인 피아노 전문학원에 등록했다. 사실 이전에 아마추어 연주자들을 다루는 기사를 쓸 때 취재한 적도 있어서 요즘 인기인 성인 피아노 전문학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알고 있었다. 실제로 강남의 한 성인 피아노 학원 지점을 취재하기도 했다. 코로나 19가 창궐하던 시기였다.
회식이 줄고, 다들 일찍 귀가하던 시절, 피아노 학원에서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온라인 게임인을 만났다. 피아노는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지만, 쇼팽의 녹턴 한 곡이 너무나 치고 싶어서 그 곡만 몇 달 쳤다고 했다. 퇴근 후 피아노 연습에 몰두하면서, 다른 건 마음대로 안 되지만 피아노 연습은 한 만큼 정직하게 결과가 나오더라는 얘기에 공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집 근처에도 알고 보니 성인전문 피아노 학원 지점이 있었다. 등록하면 전 지점 연습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1주일에 한 번씩 레슨을 받는다.
-라고 이 글을 쓰다 말고 저장해 놓은 게 2024년이니 벌써 2년이 지나버렸다. 이 학원은 도중에 문을 닫았고, 나는 이사를 했다. 하지만 이 학원에서 알게 된 선생님에게서 계속 레슨을 받고 있다. '계속'이라고는 했지만, 몇 달간 한번도 레슨을 받지 못한 때도 있고, '정기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들쑥날쑥한 스케줄이긴 했다. 그래도 일단 시작하고 나니까, 끊어질 듯 하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럼 됐다.
그동안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몇 곡을 새로 쳤고,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 1번도 배웠다. 예전에 치다 말았던 바흐의 프랑스 조곡 5번, 슈만의 '나비'도 끝까지 쳤다. 피아노 뚜껑 닫아놓은 채로 지나가는 날들도 많지만, 느릿느릿하게나마 새로운 곡을 치면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다음에 새로 칠 곡을 정할 때에는 은근히 설렌다. 이 맛에 피아노를 놓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