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잊지 못할 그 계절, 그 향기
결혼을 하고 신랑과 딸을 위해 밥상을 차릴 때면, 문득 엄마의 음식이 생각나곤 했다.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과 함께 그때의 시간들이 나도 모르게 눈앞에 펼쳐졌다.
엄마는 음식 솜씨가 참 좋으셨다. 그래서 맛있는 걸 많이 먹고 자랐지만, 결혼을 하고 가장 많이 생각났던 엄마표 음식은 적당한 양념과 돼지고기가 조화를 이루던 윤기가 좔좔 흐르는 매콤한 제육볶음이었다. 그 맛이 얼마나 조화로운지 평소 고기를 즐기지 않던 나도 양파가 잔뜩 들어간 제육볶음 하나면 밥 한 공기는 뚝딱이었다.
김치찌개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울 때에도, 양은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으며 가끔씩 국물이 냄비를 타고 흐르던 푸짐한 엄마표 김치찌개가 눈에 선했다. 요즘은 귀찮기도 하고 워낙 잘 만들어져 나오니 직접 구울 리 없는 김을 마트에서 볼 때에도, 엄마가 아침마다 참기름과 들기름을 섞어 발라 맛소금에 재워놨던 김을 한 장 한 장 구워주시던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늘 잠이 부족하던 학창 시절, 엄마에게 1분만, 5 분만하다 결국 늦게 일어나는 날이 많았다. 난 늦장을 부릴 새도 없이, 아침 시간에 겨우 한 대밖에 다니지 않는 마을버스를 놓칠까 봐 부랴부랴 준비했다. 그럴 때면, 바쁜 딸이 먹고 갈 수 있도록 엄마는 밥을 김에 싸서 접시에 소복이 쌓아 놓으셨다. 그래서인지 엄마의 품을 떠난 뒤 잘 구워진 김에 밥을 싸 먹을 때면 어쩐지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이슬을 머금은 아침 공기가 코끝에 맴도는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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