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계국과 장미를 지나, 엉겅퀴를 향하여
The train had begun to move.
Harry felt a great leap of excitement. He didn’t know what he was going to, but it had to be better than what he was leaving behind.
열차가 움직이자 해리는 설레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더 나은 곳일 것이다.
— 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
킹스크로스 역, 9와 3/4 승강장
런던 킹스크로스(King’s Cross) 역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그러나, 그 한편에는 현실과 환상을 잇는 작은 공간이 자리한다. 바로 ‘9와 3/4 승강장’이다. 이곳은 해리포터가 처음 호그와트로 떠났던 곳이자, 우리 마음속에서도 언제든 출발할 수 있는 상상의 문이기도 하다.
해리포터의 호그와트(Hogwarts School of Witchcraft and Wizardry)는 J.K. 롤링이 창조한 가상의 마법 학교다. 롤링은 훗날 이 이름의 기원을 이야기하며 런던 큐 가든(Kew Gardens)에서 친구와 함께 ‘hogwort’라는 식물 이름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잊었지만 그 이름이 기억에 남아 훗날 호그와트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을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현실의 정원에서 스쳐 지나간 식물의 이름이 기억에 머물다 마법 학교의 이름으로 피어났다.
킹스크로스 역의 9와 3/4 승강장에서 출발하는 호그와트 급행열차(Hogwarts Express)는 현실에서는 달리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속 그 길을 따라 달리는 열차는 스코틀랜드에서 만날 수 있다.
내가 탄 현실의 호그와트 열차
영화 속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달렸던 스코틀랜드의 철길을 오늘날 자코바이트 증기열차(Jacobite Steam Train)가 달린다. 포트 윌리엄에서 말레그까지 이어지는 노선으로, 영화 속에서 익숙한 글렌피넌 고가교(Glenfinnan Viaduct)를 지난다.
자코바이트 열차는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운행한다. 마침 내가 여행한 4월은 그해 운행이 막 시작된 시기다. 그 특별한 순간에 맞춰 이 여정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설레게 한다.
스코틀랜드의 포트 윌리엄(Fort William)에서 출발한 열차가 천천히 숨을 내쉬며 증기를 뿜고 북쪽으로 달린다. 객차 안에서는 들뜬 아이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창밖으로 황량한 들판과 호수가 펼쳐진다.
마침내 글렌피넌 고가교(Glenfinnan Viaduct)에 들어선다. 언덕에서는 열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노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붉은 객차가 높은 고가교의 곡선을 따라 달리는 순간,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환상인지 분간할 수 없다. 영화 속 해리와 함께 호그와트 마법 학교로 향하는 기분에 가슴이 뛴다.
두 시간 남짓 달린 열차는 작은 항구 마을 말레그(Mallaig)에 닿는다. 왕복 여정은 약 여섯 시간, 그중 한 시간 반가량을 이 항구 마을에서 잠시 내린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마을을 걷고 다시 포트 윌리엄으로 돌아가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끝없이 상상을 불러낸다.
J.K. 롤링의 해리 포터의 시작도 기차였다.
문학의 기적, J.K. 롤링
해리 포터(Harry Potter)는 평범한 고아 소년으로 자랐지만 열한 살 생일에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갔다. 호그와트에서 론과 헤르미온느를 만나고, 어둠의 마법사 볼드모트(Lord Voldemort)와 맞서며 성장했다. 일곱 권의 이야기는 성장과 우정, 희생과 사랑을 그렸다.
저자 J.K. 롤링(Joanne Rowling, 1965~)은 1990년, 맨체스터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해리 포터의 이야기를 처음 떠올렸다. 이후 약 5년에 걸쳐 일곱 권의 이야기를 구상하며 첫 작품을 완성했다. 하지만 원고는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끝내 런던의 출판사 블룸즈버리(Bloomsbury)가 원고를 받아들였고, 편집자의 여덟 살 딸이 첫 장을 읽고 다음 이야기를 재촉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지 7년이 흐른 1997년 6월, <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 초판 500부가 세상에 나왔다. 작은 시작은 세계적인 이야기로 성장했다. 기차 안에서 떠오른 한 소년의 이야기는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생활고와 출판사의 반복된 거절에도 멈추지 않았던 롤링의 글쓰기는 마치 쉼 없이 달리는 열차와 같았다. 해리 포터의 탄생은 그 자체로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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