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몇 차례 언급했던 그 사건들
2025년 8월, 캄보디아 보코르산 인근에서 고문 끝에 숨진 22세 한국인 대학생 박모씨의 죽음은, "고수익 보장" 광고에 속아 동남아 스캠 조직에 유입된 한국 청년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끌어올렸습니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2022년 12건에서 2023년 220여 건, 2025년에는 8월까지만 330건으로 폭증했습니다.
이 산업은 2000년대 대만, 중국발 보이스피싱에서 출발해 시아누크빌 카지노 붐 붕괴와 코로나19를 거치며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의 요새화된 "스캠 컴파운드"로 진화했습니다.
동남아시아 스캠 산업 상황
UNODC의 "동남아 초국가조직범죄 위협평가 2026" 보고서에서 동아시아·동남아·호주·뉴질랜드의 2025년 스캠 피해액을 883억~1,141억 달러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2023년 추정치(180억~370억 달러)의 최소 3배이며, 강제노동 피해자는 수십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2025년 10월 미국·영국의 프린스그룹·천즈 제재와 150억 달러 비트코인 몰수, 미얀마 KK파크 단속, 한국 정부의 여행금지·전세기 송환·범정부 대바카라으로 국제 공조가 급진전했으나, 조직들은 아프리카·중동으로 확산 중이어서 "두더지 잡기" 양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스캠 산업은 이미 단순 범죄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국가 GDP에 필적하는 규모의 지하경제를 이루고 있으며 대규모 인신매매 시스템이 이 안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OHCHR의 2023년 8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신뢰할 만한 자료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최소 12만 명이 온라인 사기를 강요당하는 상황에 놓여 있을 수 있고, 캄보디아의 추정치도 비슷하게 약 10만 명에 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두 나라에서만 최소 22만 명이 강제로 온라인 사기에 동원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당시 유엔인권최고대표 폴커 튀르크는 "그들은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상황과 정부의 대응
한국은 이 산업에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를 배출하는 이중적인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로맨스스캠, 투자리딩방의 표적이 되어 국내에서 연간 수천억 원의 돈이 사기의 덫에 걸립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수익 해외 취업" 미끼에 걸려 캄보디아로 건너가 감금·고문당하거나 스스로 사기 가해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응은 2025년 하반기 박모씨 사건을 기점으로 극적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외교부는 2025년 10월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금지(4단계)를 발령했고, 정부는 전세기를 동원해 구금 한국인 64명을 송환했습니다.
미국, 영국, 중국 등의 대대적인 제재 및 단속으로 국제적인 공조가 진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은 부패한 정치권력, 국경 무장세력과 얽혀 있어 근절은 요원하며, AI 딥페이크와 암호화폐를 통한 사기 사건 진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거: 보이스피싱에서 스캠 컴파운드까지
오늘날의 산업형 스캠은 1990년대 후반 대만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수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대만에서 보이스피싱이 급증하자 범죄 일당은 감시와 단속을 피해 중국 대륙으로 본거를 옮겼습니다.
한국의 빠른 인터넷뱅킹은 사기 조직에게 매우 편리한 상황을 제공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매년 수백 건의 피해 사건은 매년 커졌습니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2013년 21,643건, 2014년 22,205건으로 사건이 급증했습니다.
콜센터는 주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칭다오 등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중국 정부의 단속이 강해지고 코로나19로 외국인 통제가 강해지자 조직들은 필리핀 마닐라, 캄보디아 등 동남아로 이동했습니다.
피그부처링(돼지 도살)의 탄생
2010년대 중반 이후 사기 수법은 단순 사칭형 보이스피싱을 넘어 '피그부처링(pig butchering)'으로 진화했습니다. 중국어 '사주판(杀猪盘, shā zhū pán)'을 직역한 이 용어는 도축 전 돼지를 살찌우는 과정에 빗댄 것입니다.
사기범들은 피해자를 돼지(猪)라 부르며, 로맨스나 우정으로 신뢰를 쌓아 살을 찌운 뒤(양성 단계) 가짜 암호화폐·투자 플랫폼으로 유인해 도살(자금 편취)합니다. 2010년대 초 중국에서 나오기 시작한 위 과정은 2019년경 중국 내에서 수법이 알려지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Chainalysis의 2025년 2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피그부처링 수익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하고 예치 건수는 약 210% 급증했으며 전체 암호화폐 사기 피해액은 최소 99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수법은 통상 4단계로 작동합니다.
1. 제시(presentation) - 매력적이고 성공한 사업가로 자신을 소개하되 대면이나 영상통화는 회피
2. 그루밍(grooming) - 매일 애정 표현을 쏟아부으며 제3의 앱·사이트로 유도
3. 가짜 수익을 보여주며 투자금을 늘리게 하는 단계
4. 차단(cutting off) - 세금·수수료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다 잠적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흥망성쇠의 상징이 된 장소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은 이 산업의 흥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입니다. 원래 걸프만의 한적한 해변 휴양도시였던 이곳은 2017년경부터 중국 자본이 밀려들며 카지노·고층빌딩 건설 붐이 일었습니다. 시아누크빌은 2019년 정점에서 연간 35억~50억 달러의 수익을 냈으며 그중 약 90%가 온라인 도박에서 나온 것으로 보수적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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