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 첫날
지난 오월, 북해도 여행 첫날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오니 허기가 밀려왔다.
딸이 근처의 유명한 카레집에 가보자고 했다. 우리는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십 분쯤 걸었다. 흩날리는 비바람이 우산을 자꾸 앞으로 숙이게 했다.
카레집 앞에 도착하자 입이 딱 벌어졌다. 인도를 따라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줄 끝은 건물 모퉁이까지 이어져 있었다. 적어도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우리는 내일 점심때 다시 오자며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레 대신 라멘을 먹기로 했다. 삿포로 스스키노 중심가에 있는 라멘 골목으로 갔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작은 라멘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곳도 기다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가게마다 대기 줄이 이어졌다. 우리가 들어가려던 가게 앞에도 이미 아홉 명이 서 있었다. 주말 저녁이라 현지인들이 많았다. 오월이지만 비바람 탓에 날씨는 초겨울 같았다. 패딩을 입은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우리도 옷을 겹쳐 입긴했지만 찬바람은 몸을 웅크리게 했다. 따뜻한 국물이 간절했다. 가게 문이 열릴 때마다 안쪽에서 따뜻한 국물 냄새가 밀려 나왔다.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휴대폰을 들여다봤고, 누군가는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두드렸다. 나는 벽에 기대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 내려갔다. 여행자도 있었고 현지인 가족도 있었다. 우산을 접으며 웃는 커플, 가게 앞 메뉴판 사진을 찍는 사람들까지. 추운 날씨 속에서도 맛있는 한 끼를 위한 마음은 다 비슷해 보였다.
삼십 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가게 안에 들어서자 따뜻한 공기가 나를 감쌌다. 오른쪽에 키오스크가 있었다. 한국어도 표기되어 있어 주문은 어렵지 않았다.
사장님 혼자서 운영하는 가게였다. 자리는 여섯 개뿐이다. 딸과 나란히 앉았다. 바로 눈앞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리대 위 벽장에는 쿠킹 타이머가 여러 개 붙어 있었다.
아지타마 미소라멘, 진한 된장 베이스의 따뜻한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얼어 있던 몸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릴 때마다 국물 냄새가 얼굴까지 퍼졌다.
가게 문밖에는 여전히 긴 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금세 얻은 것은 쉽게 지나가지만, 오래 서 있었던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