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가의 해석 1

물상대체

by페이지 성희


요즘 사주와 관상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훨씬 커진 듯하다.

한 사주 상담가가 운을 높이려면 관악산에 오르라는 이야기가 퍼지자, 관악산 일대가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산행 자체는 건강에 좋은 일이니 나쁠 것이 없다.


그럼에도 낯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묘한 씁쓸함이 남는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만큼 미래에 대한 확신과 위안을 갈구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사주 상담에서 상담자의 말 한마디는 내담자의 생각과 행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상담자는 마치 인생의 해답을 쥐고 있는 듯 여러 처방을 내놓는데, 일부 내담자들은 그 말의 타당성을 따져보지 않은 채 무조건 따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금 기운이 부족하니 금목걸이를 하세요. 액세서리를 많이 착용하세요."

하지만 어떤 이는 꾸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금속 알레르기까지 있어 목걸이 하나만 걸어도 피부가 뒤집어진다. 그래도 해야 할까?


"그럼 금은 흰색이니 무를 많이 드세요."

이쯤 되면 사주를 보는 것인지, 부족한 오행을 맞추기 위한 게임을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사주가 사람의 기질과 성향을 살피는 참고 자료일 수는 있겠지만, 개인의 취향과 체질, 현실적인 조건까지 무시한 채 일률적인 처방을 내리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수(水)가 부족하니 북쪽으로 이사 가고, 물을 많이 마시고, 물가에 자주 가라는 조언도 흔하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처방은 하루 종일 물속에 있는 것 어떨까. 물공포증이 있어도 운을 위해 수영부터 배워야 할까.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면 물상대체의 논리가 얼마나 자의적인지 드러난다. 어디까지가 상징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실인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화(火)의 기운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붉은색을 가까이하라는 조언이 따라붙는다.

"화가 용신이니 빨간 속옷을 입으세요."

어떤 사람은 이 말을 철석같이 믿고 집 안 벽지를 붉은색으로 바꾸고, 빨간 옷을 입고, 빨간 가방을 들고 다닌다. 심지어 조명까지 붉은색으로 바꾸어 집 전체를 '빨간 나라'로 만들어 버린 경우도 있다.


오죽하면 예능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에 소개될 정도였다. 본인은 특급 방바카라이라며 만족했을지 모르지만, 함께 사는 가족들은 어떠했을까. 집에만 들어오면 눈이 피로하고 답답해서 한숨도 제대로 못 잔다고 했다. 결국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되어 벽지와 조명을 모두 뜯어내 버렸다고 한다.


없는 건 없는 대로 축복이다.

금(金)이 없으면?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예술가가 될 수 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 수(水)가 없으면?

사람들과의 인연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고 자신의 과업에 집중한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 화(火)가 없으면 어떨까? 반드시 불을 일으켜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마음으로 갈등을 풀어내는 능력이 생긴다. 앞에 나서기보다 중재하고 조율하는 피스메이커의 자질이 될 수도 있다.


부족함으로 보이는 것이 오히려 특별함이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왜 그것을 결핍으로만 보고 억지로 채우려 하는가.


사주가 삶을 돌아보는 하나의 참고 자료가 될 수는 있다.

상징을 현실에 기계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하면 사람을 위한 조언이 아니라 사람을 조언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상담자가 사람을 돕기 위한 조언이어야 할 말이 어느 순간 삶을 옥죄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된다. 개운법이나 직업선택은 적성과 능력, 가치관을 바탕으로 스스로 선택해야 할 문제인데, '운명을 피하기 위한 처방'이 되어 버리는 순간 사람은 자신의 삶보다 점괘를 더 믿게 된다. 그 대가는 때로 너무 크다. 액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신의 삶을 남의 해석에 맡겨 버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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