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계속 혁명하자

2023. 11. 18.

by김경윤

혁명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폭풍처럼

찾아오지만 혁명은

순간적 사건이 아니다


혁명이 오기 전에도 혁명이

있었다 생활 속에서

너와 나의 눈빛 속에서

밥숟가락과 밥그릇 사이에서

지하철 계단과 낙엽 떨어진 보도 사이에서

가벼워진 지갑과 장바구니 사이에서

바카라상에 엎드려 수업을 포기한 학생의

졸음에서 낙담에서 한숨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마침내 혁명은 시작되었으나

돌연 혁명은 끝났다 우리가

몇몇 빼찌들에게 펜대들에게

나무망치들에게 서류더미들에게 혁명을

양도하자 순식간에 혁명은

주저앉고 말았다 그들은 혁명을

바라지 않았고 안녕을 이권을 집권을 연봉을

바랐다 그렇게 혁명은 끝나고


혁명 대신 반동과 좌절과 노예 같은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지속되었다

그와 동시에 다시 빼앗기지 않을 속지 않을

혁명이 소리 없이 바람 없이 진동 없이

저녁노을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다시 혁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일상처럼 밥처럼 숨처럼 눈처럼

다시, 혁명하자고 붉은 눈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소중하지만 연약한

우리의 밥과 일과 놀이와 사랑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오늘 3 : 송별회